(1)
어린 삼보는 고통스러운 거세로 치욕스러웠고 마음에 맺힌 매듭이 풀리지 않아 숨쉬기도 힘들었다. 그리하여 죽으려고 마음먹었다. 죽음만이자신이 받은 치욕을 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얼마 전에 별세한 부친 마합지가 생각났고 부친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같았다.
“무슬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살해서는 안 된다. 인생의 모든 고난은알라가 내리신 시험이다. 자살은 시험을 거절하는 것으로서 알라와의 결렬을의미하며지옥에가게된다.”
“자살할수없다.”
어린삼보는마음을굳게다지며자신에게말하였다. 지금그에게절박한것은더는죽음이아닌도망가는것이었다.
그날, 마삼보는 우연히 밖으로부터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었다. 함께 거세당한아이들은노래의의미를몰랐다. 자세히여겨듣던삼보는그것이노래가 아닌 이슬람교 선례(宣禮)소리로 사람들에게 예배시간이 되었음을통지하면서 인근 무슬림들에게 예배하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임을 알아냈다.
선례소리에 마삼보는 친인척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 흘러내리는 눈물을주체할수없었다. 옆에있던아이들은마삼보가울자그영문을몰라어리둥절할뿐이었다.
마삼보는 군영에 끌려올 때 군영 밖에 거주민이 없던 것이 생각났다.그렇다면 이 선례소리는 어디에서부터 들려오는 것일까? 군대 내에서 누군가 선례사(詞)를 읽는 것이 틀림없는데 군영에서 왜 선례사를 읽는 것일까?
마삼보는군대에무슬림이많아누군가가큰소리로선례하여같은동지들이예배할것을부르는것이라고생각하였다. 여기까지생각이미치자바로도망가야겠다는신심이백배증가되었다. 그는어떤무슬림을만나든지대방은반드시그를도와줄것이라고굳게믿었다.
마삼보는 이번 명군의 출정에 지휘자가 세 명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 세 명은 바로 남부출정 원수(元帥) 부우덕, 남부출정 좌부(左副)원수 남옥, 남부출정 우부(右副)원수 목영(沐英)이다. 목영은 명나라 개국황제주원장의양자이며그본인이무슬림이었다. 그의군대는무슬림이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때문에 전쟁이 없을 경우, 목영군의 무슬림들은 매일오시(五時)에 집결하여 예배하였다. 목영도 가끔 예배에 참가했으며 예배를주도하기도하였다. 이것은이미습관으로되어이상하게여기는사람이없었다.
마삼보는 부우덕의 군영에 갇혔다. 며칠 간, 운남 전쟁은 거의 마무리되어부우덕과목영의군대는한곳에머물게되었다. 목영군의무슬림들은 매일 모여 예배를 했기에 선례소리가 부우덕의 군영까지 늘 들려왔던것이다.
며칠 뒤, 아이들의 상처는 거의 치유되었고 행동이 많이 편해졌다. 그리하여 마삼보는 함께 거세당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른 장막에 끌려갔다. 끌려간 장막은 이슬람교 예배를 하는 곳과 가까워 선례소리가 더 똑똑하게들려왔다.
밤이 되어 마삼보는 선례소리가 나는 곳으로 도망갈 생각에 뒤척이면서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그는 들려오는 소리로부터 예배하는 곳이 현재 갇혀있는 곳과 멀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단숨에 그곳에 뛰어갈 수 있을거라믿었다.
어떻게하면발견되기전에예배하는곳으로뛰어갈까? 군영사방에병사들이있기에어린아이가뛰면금방발각될것이분명하였다.
마삼보는여하를불문하고도망해보기로마음먹었다. 그는며칠간의관찰을통해선례소리가들릴때는날이밝는시간이고, 본인이갇혀있는군영의병사들이잠을자느라고조용하다는것을발견하였다. 그리하여새벽예배시간에갇혀있는장막에서뛰쳐나가단숨에선례소리가나는곳으로뛰어가려고계획하였다.
드디어날이밝아오기시작하였다. 그때까지부우덕의군영에깨어있는사람이 몇 명 없었고 병사들은 꿈속을 헤맸다. 삼보는 어둠을 더듬어 장막입구에 도착하였다. 밖을 가만히 내다보니 칠흑처럼 캄캄했지만 장막밖에순찰병이없고감시자도없음을확인하였다.
동쪽에서 한 줄기 서광이 비치면서 드디어 날이 밝았고 장막 밖에 사람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으며 멀리서 사람들의 말소리도 두런두런 들여왔다. 삼보는선례가곧시작될것임을직감하였고긴장한나머지심장이밖으로튀어나올것만같았다.
(2)
드디어 멀리에서 마삼보가 오매에도 기다려온 ‘알라가 위대하다’는 소리가들려왔다. 삼보는뛰라는명령을받은것처럼장막을뛰쳐나와선례소리가나는곳으로쏜살같이내달렸다.
“거기누구야?”
삼보가 아직 몇 걸음 뛰지 않았는데 바로 뒤에서 높은 질문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그는아랑곳하지않고목숨걸고앞으로뛰어갔다.
부우덕은 주원장 수하의 명장으로서 많은 전투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고군대를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러니 그의 군영에서 아무나 제멋대로 뛰어다닐 수 없었고 병사가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사람에게 큰소리로질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앞에서 뛰어가는 사람이 멈추지않고 도리어 더 빨리 뛰자 병사는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활을 쏘겠다.”라고외쳤다.
삼보는 활을 쏘겠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흠칫했지만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없다고생각하면서도리어더속력을올렸다.
“빨리멈춰라!”
마삼보는 미친 듯이 뛰면서 바로 앞에 군대가 훈련하거나 집합하는 곳인 훈련장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모두서쪽을향해한줄씩열을서서예배를준비하고있었다.
마삼보는 또 사람마다 이슬람교 지정 패션인 두건을 두르고 있는 것을발견하였다. 과거, 삼보의 부친도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이슬람사원에 가서예배하였다. 삼보도부친의두건을가져다가본인의머리에둘러본적이있다.
마삼보의귀에불시에‘활을쏘라’는소리가들려왔다.
이어서‘아이를죽이지말라’는어른의외침소리도들렸다.
외침소리와같이마삼보는비틀거리며땅에쓰러져일어나지못하였다.
이때뒤에서다가온두병사가삼보를일으켜세웠다. 삼보는“살려주세요.”라고외치려했지만목소리가나가지않았다.
두병사가마삼보를장막으로부축해갔고맨땅에그냥내버리고갔다.화살을맞은마삼보의어깨상처에서는피가계속흘렀다. 몸이허약한데다가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새운 탓에 맨땅에 버려지자 바로 정신을 잃었다.
(3)
눈을뜬마삼보는본인이홀로작은장막에누워있고화살에맞은상처를누군가싸매주었으며약도발라져있음을발견하였다. 자신과조금떨어진곳에괴상한옷을입은노인이의자에앉아책을보고있었다.
그후에알게된일이지만, 늙은노인은원나라궁에서여러해를보내다가 다시 주원장을 섬기게 된 환관이었다. 이번에 운남에 온 것도 궁의명을받고환관을선발하기위해서였다. 그후며칠동안늙은환관은마삼보를 옆에 두고 일상 잡일을 시키면서 자신을 시중들게 하였다. 늙은환관은 독실한 불교신자여서 육식을 하지 않았다. 마삼보는 따라서 그때부터소식하기시작하였다.
며칠뒤에대부대는북상하게되었다. 마삼보는늙은환관과함께군대를 따라갔다. 그는 행군하면서 매일 늙은 환관의 말동무가 되었다. 늙은환관은 나이가 많아 지나간 일을 늘 추억했는데 마삼보가 견식을 넓히는데많은도움이되었다. 삼보는어려서부터회족만만나고편벽한곳에서살았기에 견문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는데 늙은 환관을 만나면서 한족과중원에대해다소나마알게되었다.
늙은 환관은 마삼보가 한자를 모르니 행군도중에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어려서부터총명한데다가군대에서그가할만한일이없었기에모든정력을한자를익히는데쏟은보람으로습득이매우빨랐다.
늙은 환관은 총명하면서도 배우기 좋아하는 삼보가 마음에 들어 또 많은 중국 역사고서, 불교경전, 전설을 들려줬는데 삼보에게는 모두 처음듣는이야기였다.
군영으로부터 더는 선례소리가 들려오지 않아 삼보는 실의에 빠졌다.그러다가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늙은 환관을 따라 글자를 익히느라 실망감은 점차 희미해졌다. 그는 이번에 명을 받고 북상하는 것이 부우덕뿐이고목영은운남에계속남아있다는것을몰랐다.
주원장은 북부 변경에서 소란을 피우는 몽골인을 대처하기 위해 부우덕에게 북상할 것을 명하였다. 북방 지역의 변경을 강화하기 위해 주원장은또 본인의 몇 명 아들을 왕으로 봉하였고 봉지는 북부 연변(沿邊) 지역이었다.
대부대는 북상하여 북평에 도착하자 그곳에 주둔하였다. 북평은 주원장의 넷째 아들, 연왕 주체의 봉지였다. 부우덕은 주원장에게 군영에 있는 몇십 명의 거세한 어린 남자애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남경성 주원장의 황궁에 보내야 하는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주원장은 부우덕에게 그 아이들을 군대와 함께 북상하여 연왕 주체에게넘기라고명하였다.
그렇게마삼보는연왕주체의궁에서잡일을하는어린환관이되었다.불행중다행이었다. 명왕조는마삼보를억지로고향과떼어놓았지만각국으로 상품이 유통하는 도성(都城)과 끝없이 넓은 바다, 그리고 더없이넓은세상을그에게선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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